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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독서록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22 6월말-7월초)

by 정람지 2022. 7. 28.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책의 맨 마지막에 나온 “악의 평범성”이다. 아이히만은 “정신과 의사들이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회사의 사원으로 일했다” 등의 인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예전에 들은  범죄 예방 교육에서 범죄자들의 얼굴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상이란 것에 놀란 적이 있다. 선과 악은 명확한 구분점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여러 경험을 접하며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이 전부 다르고 사람들은 누구에겐 착한 사람이고 누구에겐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이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확실한 방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었다. 

 

<평범한 사람(아이히만)은 어떤 방식과 이유로 악인이 되었는가?>

-권력.국가.권위주의자들(자신보다 높은 사람)의 지시

 20세기는 세계대전으로 인해 “전체주의”(나치즘)-‘개인은 오로지 전체, 즉 민족이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 존재한다’ 라는 개념이 성행했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과 공동체의 신념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가의 단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용납되는 도덕성이나 인간성을 바라기 어려우므로 사람들은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나 신념 없이 순종과 복종을 하게 될 경우 사람들은 악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생각하지 않는 순종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가 행한 모든 일은 그가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써 인식할 만큼 행동한 것이었다. 그는 경찰과 법정에서 계속 반복해서 말한 것처럼 의무를 준수했다.’ 아이히만은 나치 내에서 전체주의에 따라 애국심이 넘치게 행동했고 그것이 그를 법정에 세우게 했다.  최종 해결책 실행을 위한 회담에 참석하면서 권위주의자들의 확고함과 자신감을 확인한 그는 자신보다 더 큰 권위를 가진 주체인 국가와상급자들에게 생각을 의지하고 복종했다.  아이히만은 비인륜적인 국가가 만든 ‘좋은 사회라는 관념에 압도’당했다.

양심의 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인하지 말라고 말한다…히틀러의 땅의 법은…’너는 살인할 지어다라고 말하기를 요구한다…이 모든 범죄의 공범자가 되지 않으려는 유혹을 분명히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맙소사, 그들은 그러한 유혹에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배워버렸다.” 

-대중(다수)의 동조

 자비심 많게도 모든 독일 국민들을 위해 전쟁이 불행한 종말을 맞을 경우를 대비하여 가스 사용을 통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라는 말로 ‘가스실’에 대한 긍정적인 말을 유포한 국가.권력자들에 의해 생각하지 않는 대중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들었다. ‘러시아인들은 결코 우리를 잡지 못할 것이예요. 총통께서는 결코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 훨씬 전에 그가 우리에게 가스를 줄 것이니까요.’,”이제 그 좋고 값비싼 가스를 모두 유대인에게 낭비해버렸으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대중에게 생명을 경시하는 이런 태도를 아무렇지 않게 가지도록 만들었다. 삼인성호라는 사자성어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는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기 쉽다. 아이히만의 양심을 없애는 일에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 보여지는 ‘최종 해결책에 반대한 사람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A라는 생각을 가지고 콘텐츠를 시청했어도 댓글창의 모든 사람들이 B라고 하면 생각이 기우는 나도 어쩌면 아이히만이 될 수 있었다. 흔히 ‘물타기’라고 부르는 유명인들에 대한 극단적 비난 등도 대중의 동조로 비롯된 그들의 명백한 악행이라고 생각한다.

-죄책감과 본디오 빌라도의 태도/행위의 합리화

 아이히만은 실제 유대인의 처형 장면을 봤을 때 큰 충격과 고통을 느꼈다고 설명되어 있다. “500만 명의 유대인의 죽음에 내 양심이 거리낀다는 사실이 나에게 대단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인간적인 감정을 뿌듯하게 여기는 태도를 보여준다. 나는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는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의 태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그에 따른 안도감을 느끼는 듯하다. 수많은 살인자와 강간범, 도둑들 사이에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한다. “자신의 범죄가 현실의 한 부분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현실을 대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 제일 중요한 사람은 자신이기 때문에 그 자신의 무대인 현실에서 개개인의 이유와 상황에 따라 범죄를 합리화하고 살아간다. ’살인 역시 의학적 문제입니다’ ‘가스학살을 의학적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 ‘학살을 처방하는 암호는 ‘최종 해결책’, ’소개’, ’특별취급’ 등이었다” 등등의 인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범죄를 용인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불륜과 도망, 절도 등의 일을 저지른 사람의 인터뷰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평가하고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일종의 본디오 빌라도의 감정과 같은 것을 느꼈다” 자신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행한 일이고 자신은 올바른 생각과 양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따라서  ‘무죄이다’라는 아이히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지 못했던 사람이다. 

-자아성취감(타인의 인정)

“유대인 조직과 이념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에 대해서 칭찬받았다” ”그는 화려하게 성공했다.””자신의 생각이라는 암시를 주었다” 이전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회사원이나 미미한 직업을 가졌던 아이히만은 입당 후 성공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매슬로가 만든 욕구위계이론에서 상위 욕구를 차지하는 “존중 욕구”,”자아실현 욕구” 등을 실현하며그는 일종의 눈앞의 성공에만 집중하느라 주위 현상을 이해하거나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인터널 시야 현상’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히만은 “전쟁이 시작된날이나 소련 침공이 개시된 날짜를 기억하는 데에 힘들어했다…어느 순간이든 ‘의기양양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던 그 자신의 문장들을 하나도 잊지 않았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성공에 대한 열정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길을 통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것이 아이히만처럼 되지 않을 일일 것이다.

 

 모든 요소에 대한 대응방안은 생각하는 힘,객관적인 지식을 기르는 것이다. “그의 생각하는 데의 무능력함,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의 무능력함, …따라서 현실 자체를 막는 튼튼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은 또한 잘못된 지식의 응용을 했다. 그는 칸트의 의무에 대한 정의에 따라 살아왔다”고 했지만, 맹목적인 복종을 거부, 의지의 원칙이 일반적 법의 원칙에 항상 적용되어야 하지만 이가 도둑질이나 살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칸트의 생각을 무시했다. 이러한 사유의 진정한 무능력은 아이히만 같은 평범한 악인을 만들어낸다. 

‘공포의 조건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따라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끔찍한 일로 우리의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보다도 죽는 게 낫습니다.’라고 말한 농부처럼 바른 신념과 용기를 통해 악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토론 주제-

 

-20세기 전체주의 정권은 정말 사라졌을까?

-우리가 생각 없이 용인해왔던 황금률에 어긋나는 행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회 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어느 정도까지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할까?

 

 

토론 후

1.아이히만은 유죄인가?
법적인 부분으로도 유죄, 법 밖의 도덕성 부분에서도 유죄이다.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도 분명히 있지만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고,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의 죄의 유무에 대해 토론하는 이유는 그도 우리도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투사들처럼 고문을 버티고 굳건한 신념을 지킬 자신이 없는 게 보통이고 그것이 우리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인 아이히만을 이해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다만 독립투사와 친일파 중 선택해야 한다면 아이히만은 독립투사를 선택했어야 한다. 개인의 선택은 자유지만 그것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2.20세기 전체주의 정권은 정말 사라졌을까?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국가 내에 있는 한 전체주의의 가벼운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간단하게는 일본 혐오, 국뽕 컨텐츠 제작 및 소비,등이 존재하고,크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자국민들의 태도와  살인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군인 등이 있다.


3.사회 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어느 정도까지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할까?
사회 공동체와 개인은 서로에게 악영향이나 손해를 끼치지 않고 상호 보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론 중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의 편의를 개인적 장애인 단체가 침해한 일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런 경우에 대해 양측의 의견을 들으며 깊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사회 공동체가 먼저 개인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와는 달리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현저히 적은 우리나라라는 공동체는 장애인들의 계속된 온건한 요구에 반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다소 피해를 주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를 피해로 알려줄 수밖에 없는,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한 인간의 특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어 씁쓸했다